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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호모 에렉투스, 문득 걷기

2020.01.09 10:00 | 조회 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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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직립보행




대전 한국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하민석

(hum50000@naver.com)



열상이나 화상 입은 아이들을 치료하며 보호자들에게 입버릇처럼 던지던 질문이 있습니다. 


"자제분은 언제부터 걸었어요?"


돌아오는 답변들은 천차만별.


"10개월부터~"

"12개월 되니까..."

"14개월에야~"


그런데, 제가 설문한 표본집단엔 유독 단기속성반의 걸음마 신동들이 많았습니다. 반면, 상당히 일찍 말문이 트여 깜찍한 말재간과 깜놀 말발을 뽐내는 딸내미가 의외로 발재간을 부리지 않으니 불안한 우려가 솟구치는 건 당연지사. 


'발 없이 말만 천 리를 가면 어떡하지...'


걸음마를 주저하는 원인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어요.


"성미가 급해서 그렇다. 빨리 가고 싶은데, 걷는 것보단 기는 게 빠르니깐."

"강아지 키워서 그렇다. 네 발로 다니는 생명과 합숙하니 기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거다."


예방접종을 위해 들른 소아청소년과 외래의 교수님께선 제기된 모든 가설을 제치며 말씀하셨습니다. 


"겁이 많으면 그럴 수 있어요."


조심성 많아 겁도 많은 딸 조안이 walker의 보좌를 받아 몇 발짝 걸음마 떼다가 털썩 주저앉는 모습은, 두발자전거 처음 배울 때 뒤에서 보좌하는 손길 믿고 페달을 밟으면서도 불안하게 휘청이던 유년시절의 저를 보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주저하며 주저앉기를 여러 번. 발연기의 NG는 숱하게 반복되더군요. 대한민국 또래집단 대조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아이로 결론 내려던 4월의 어느 날, 하조안 양이 귀가한 저를 향해 호모 에렉투스의 진면목을 선보이며 위풍당당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제는 나잇값 할 수 있다는 걸 인증하듯, '나는 두 살'이 박힌 라운드티를 입은 채. 엉금엉금 기던 아기가 성큼성큼 걷는 장관은 네 바퀴로 구르던 범블비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의 장면처럼 놀라운 광경이더군요. 




인간의 특권인 직립보행의 맛깔을 제대로 깨달은 조안은 외계어 방언을 지줄대며 지구별의 봄날을 누리고 있습니다. 


Walking, 걷는다는 게 거저 자연히 얻어지는 그저 당연한 사태가 아니라, 부단히 반복된 working 끝에 성사되는 거사란 사실을 조안을 통해 새삼 깨닫습니다. 

두 발로 늠름하게 걷는 우리 모두는 체념하지 않고 될 때까지 반복해 반등(攀登)의 반전을 체험한 집념의 결실들입니다. 




그러니, 못 한다고 주저하거나 안 된다고 주저앉으면 되겠습니까. 편안히 기는 일상에 익숙해진 저도 서서 걷는 불편한 일에 서서히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여생에 여한을 남기지 않고자 과감히 시도하는 그 거사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수시로 이렇게 자문하렵니다.


You can talk the talk, but can you walk the walk?

(말은 번지르르 쉽게 할 수 있겠지만, 실제 행동도 그렇게 잘할 수 있겠는가?)



자빠져도 자꾸 걷듯, 부단히 시도! 


  • 다리 아프다고 꼭 오그리고 앉아 있으면 못쓰고 자꾸 걸어봐야 하며, 일은 해 봐야 하고, 무서워서 못 하는 것은 장부가 작아서 그러느니라. 내 목숨을 생각지 않아야 큰일을 하는 것이며 큰일을 하는 사람이 작은 일을 생각하면 뜻을 이루지 못하느니라. (증산도 도전道典 5:36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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