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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흥의 과학판도라상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공포 그리고 혐오

환단스토리 | 2020.02.11 16:30 | 조회 5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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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흥의 과학판도라상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공포 그리고 혐오


중앙 2020.02.10


김기흥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김기흥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김기흥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고대 그리스의 정치가인 드라콘 (Dracon)은 기원전 621년에 아테네에서 기존의 관습법을 개정하여 새로운 성문법을 제정했다. 당시 아테네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이 법률은 역사상 가장 엄격하기로 악명 높았다. 이 법은 너무 엄격하여 과일이나 채소를 훔친 좀도둑도 신성모독을 자행한 사람과 동일하게 사형에 처했다. 드라콘의 법률은 엄격함과 가혹함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영어에서 그의 이름은 “가혹한”이란 뜻을 가진 “draconian”의 어원이 되었다.

 

감염병 확산은 사회적 공포의 확산

과도한 공포반응은 공동체에 위협

성숙한 시민의식이 혐오의 치료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중국 허베이성을 중심으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지금까지 812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는 2002년 전세계를 강타했던 사스 (SARS)의 전체 사망자 숫자인 770명을 넘어선 숫자이다. 아직 대유행의 단계는 아니지만 세계보건기구 (WHO)는 국제비상사태를 선포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이미 바이러스는 후베이성을 넘어 중국 전역은 물론 30여개 국가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당국은 바이러스의 창궐을 막기 위해 우한과 인접 도시에 대해 역사상 초유의 봉쇄명령을 내림으로써 전례 없는 방역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봉쇄된 도시 안에 갇힌 약 1100만 이상의 사람들이 과밀한 병원에 몰리면서 감염의 위험은 더욱 증가했다. 또한 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후베이성에서만 700명을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일부 의료전문가들은 중국의 엄격한 봉쇄조치는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같은 다른 도시로의 바이러스 전파를 늦출 수 있지만 결국 엄청난 혼란과 피해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방역당국은 국내에서 감염을 최소화하고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들은 밤낮없이 방역과 환자의 치료를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 바이러스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매일 증가하는 감염자 숫자와 더불어 확산되는 근거 없는 질병에 대한 소문은 사회적인 공포와 의심, 낙인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감염병의 확산은 사회적 공포와 공황현상을 동반했다. 14세기 중세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은 유대인 대학살과 마녀사냥을 일으켰고, 19세기 영국에서 창궐한 콜레라는 아일랜드 이주노동자들을 감염원으로 낙인찍으면서 희생양으로 삼았다. 또한 에이즈의 확산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이어졌다. 감염병은 항상 자아와 타자에 대한 구별에 기반한 감정적 반응을 일으킨다. 병원체는 외부침입자이며 박멸의 대상이 된다. 우리 신체가 병원체에 대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병원체에 대한 면역반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 (cytokine storm)” 현상이다.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신체가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켜 오히려 자신의 기관과 조직을 공격하면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공포와 혐오의 감정적 반응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에 거주했거나 경유한 사람에 대한 완전한 입국금지를 주장하는 의견은 자국민 보호와 바이러스 유입차단이라는 합리적인 논리에 포장되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바이러스가 발생한 중국에 대한 혐오감정과 낙인찍기라는 집합적 감정이 그 기저에 깔려있다. 이러한 공포반응은 환자들과 그 가족에 대한 혐오와 낙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도한 공포반응은 면역체계의 사이토카인 폭풍처럼 결국 공동체에 치명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 감염병에 대한 방역과 관리는 가혹한 통제방식보다는 상황에 따른 지속적이고 투명한 단계적 제한조치가 훨씬 효과적이다.  

 

한국 사회의 방역시스템은 과거 신종플루, 사스에서 메르스까지 다양한 감염병 발생을 겪으면서 효율적으로 진화했다. 또한 동시에 시민의식과 시민사회의 대응방식도 훨씬 성숙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잘못된 감정적 반응은 공포, 공황, 의심의 사회적 바이러스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성숙하고 세련된 시민사회의 대응이다.

 

김기흥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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