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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치고 받는 트럼프·시진핑, 난감한 한국 처지

환단스토리 | 2020.05.21 20:21 | 조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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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치고 받는 트럼프·시진핑, 난감한 한국 처지


[중앙일보] 입력 2020.05.21 




‘투키디데스의 함정’ 원리가 코로나19 이후 가열된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도 적용될까. 한국은 그 소용돌이에 휘말릴 운명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얘기다. 당시 그리스 도시국가의 패권국 스파르타는 신흥국인 아테네의 부상을 우려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일으켰다. 패권국이 신흥국을 견제하다 전쟁을 일으키는 함정에 빠진다는 논리다. 역사적 경험은 반복됐다. 현재 패권국인 미국이 도전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상황도 흡사하다. 양국은 코로나 사태로 감정적으로 격화되고 있다.

 

현대판 ‘투키디데스의 함정’ 재연

중국, 코로나 책임보다 실리전에

화난 트럼프, 중국 때리기 나서

중, 북한 이용해 도발 때 한국 위험


코로나19로 미·중은 여론전에서 경제·외교로 이어지고 있다. 군사로 확장될 폭발성도 안고 있다. 양국의 경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갈 데까지 가고 있다. 중국 전문가인 서울대 정재호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지난 13일 서울대 국제학연구소(소장 박철희 교수)의 ‘글로벌 전략세미나’에서 “미·중은 되돌리기 어려운 국면까지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한국이 편들어주길 원하고 있다. 한국이 고개를 돌리면 중국의 압박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보다 거셀 것이다. 주먹(중국)은 가깝고 법(미국)은 멀다. 한국은 난감하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도를 더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전 세계를 아주 아주 심하게 해쳤다”며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 농산물 등 2000억 달러어치를 사기로 한 무역 1단계 합의(1월) 이행을 지켜보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렵다. 그러나 중국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은 무역전쟁을 재개할 태세다. 그땐 미국이 중국에 금융개방과 중국 기업 보조금 중지, 지적재산권 문제 등 파상적인 공세로 나올 게다.

  

미·중 총만 쏘지 않았지 거의 전면전

 

중국vs미국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중국은 실리적이다. 미국·유럽보다 코로나19에서 일찍 벗어난 중국은 국제유가 하락 장세에 원유부터 챙겼다. 중국은 지난해 전략비축유 확보가 거의 마무리됐는데도 200만 배럴짜리 초대형 유조선 84대를 중동에 보냈다고 한다. 코로나로 전 세계 기업이 자금난에 허덕이자 차이나 머니로 기업사냥에 나섰다. 중국 최대 민영 투자기업 푸싱그룹은 “세기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라고 했다. 독일과 호주는 중국의 적대적 M&A를 경계하는 조치를 발동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미 항공모함이 승조원의 코로나 감염으로 동·남중국해를 비우자 중국은 곧바로 군사력을 과시했다. 지난 4월 항모 랴오닝함 등을 대만 인근으로 보내고, H-6 폭격기 등으로 남중국해에서 훈련했다.

 

중국은 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도 중국은 맞짱 뜨기보다 외연 확대에 나섰다. 코로나 방역 외교다. 127개국과 4개의 국제조직에 마스크와 방호복, 진단장비 등을 공급했다. 이탈리아와 이란 등 11개국엔 의료지원팀을 보냈다. 중국 핵심전략인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와 연관된 국가들이다. 마치 중국 국공내전 때 마오쩌둥이 장제스의 통제에 있는 도시를 포기하고 농촌을 공략했던 전략과 유사하다. 중국이 코로나 방역지원 여론몰이로 미국을 포위하려는 전략이다.

 

중국의 약삭빠른 행동에 대선을 코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은 열을 받았다. 코로나19의 근원을 차치하더라도 중국은 이 바이러스가 사람끼리 전염된다는 사실을 1개월이나 숨겼다. 그 바람에 세계적으로 30만 명이 넘은 사망자에 440여만 명의 확진자를 냈다. 미국은 코로나 사망자 8만 명을 넘겨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서의 미군 사망자 합계에 근접하고 있다. 세계 경제도 폭망해 인류 사회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책임보다 이익 챙기기부터 나선 것이다. 그래서 미·중은 총만 쏘지 않을 뿐 거의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그 결과를 단정할 수 없지만, 현상 파악은 우리의 선택에 도움이 된다.

  

미국은 중국을 적으로 규정

 

코로나19 이후 미·중 경쟁과 한국의 선택


미국은 일찍이 국가안보전략서(NSS, 2017)에 중국을 현상(국제질서)을 파괴하려는 적(enemy)으로 못 박았다. 중국의 세력 확장에 미국은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확대 개편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에는 무인 전투함으로 구성된 유령함대를 만들고 있다. 중국이 추진 중인 인공지능(AI)과 로봇군대에 대해선 미 육군은 4성 장군이 지휘하는 미래사령부를 2018년 창설했다. 중국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먼저 추진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기존 미사일보다 17배 빠른 미사일을 개발 중이라고 최근 공개했다. 심지어 미국은 해병대에 배치할 로봇무기로 중국이 불법적으로 건설한 남중국해 무인도 기지를 유사시 점령계획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진 항모·전투기·핵무기 등 기존 군사력에서 미국이 압도적이지만, 중국의 군사력 확장으로 충돌 가능성도 멀지 않아 보인다.

 

경제는 중국 GDP가 미국의 3분의 2이지만, 코로나19로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축 통화는 달러이고, 국제금융권은 미국의 영향력에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의 보복조치는 국제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다. 중국에 있는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기도록 압박하고 있다. 첨단기술 전쟁엔 사생결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첨단기술의 중국 유입을 원천봉쇄하려 든다. AI와 빅데이터 분야는 중국이 유리하지만, AI체계를 작동할 양자컴퓨팅은 미국이 우세하다. 머신러닝이 가능한 AI 칩과 반도체 기술도 미국이 앞선다.

 

사이버전은 더 예민하다. 미국은 동맹국에까지 화웨이 장비 도입을 막으려 한다. 앞으로 구축될 AI-로봇군대와 경제·사회의 통신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장비를 통해 사이버 보안이 뚫리면 끝장이어서다. 미국은 지금은 중국과 패권을 겨룰 상대는 아니지만, 미리 싹을 자르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배짱과 용기가 필요

 

이 과정에서 불똥은 한국에 튄다.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중국에 무역 의존도가 높지만, 안보는 북한 위협으로 미국과 동맹관계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고려대 김성한 국제대학원장은 “중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입장에선 한국을 떼어내면 미국 대응에 수월해진다. 주일미군도 압박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은 한국의 전향을 요구할 것이다. 한국이 지금처럼 미국 편에 서면 중국의 주먹(보복)이 날아올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 편을 들면 한·미동맹이 파탄이다. 더 위험해진다. 북한 핵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 없으면 한국 혼자서 북핵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의 핵 개발이 불가피하다. 그땐 미국의 경제제재와 한국 신용도 하락이 이어진다. 등거리 외교는 미·중 모두에게 배척당할 수 있다고 한다.

 

더 위험한 상황은 중국이 경제제재로 어려움에 처한 북한을 부추겨 도발하는 경우다. 중국은 매우 어려운 여건에도 한반도에 3번이나 군사 개입했다. 그만큼 중국은 한반도엔 광적이다. 임진왜란과 청·일전쟁 땐 명·청나라가 한반도 개입으로 망했다. 한국전쟁 땐 갓 건국한 중국 공산당 정권이 미국의 힘을 한반도에서 소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을 활용해 중국이 한숨을 돌릴 수도 있다. 우리에겐 날벼락이다. 따라서 김 원장은 “미·중에 양팔을 모두 사용하되 중심축은 한·미동맹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 중국에 집중된 무역을 동남아 등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다. 지혜로운 전략과 이를 추진할 배짱과 용기가 필요한 때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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