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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의 고향을 찾아서(17) - 두보杜甫의 시 달밤(月夜)

2023.10.24 02:21 | 조회 2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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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문화연구소 원정근


【풀이】 

두보(712-770)의 자는 자미子美이고, 호는 소릉少陵이다. 본적은 호북성 상양이지만, 하남성 궁현에서 태어났다. 조부는 초당기의 시인 두심언杜審言(645-708)이다. 두보는 「강가에서 강물이 바닷물과 같은 기세를 만나 잠시 짧게 짓노라(江上値水如海勢聊短述)」에서 “성질이 편벽하여 좋은 시구를 탐하니, 말이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으면 죽어도 그만두지 않으리라.”(爲人性僻耽佳句, 語不驚人死不休)고 하였다.


아래 시의 제목은 「달밤(月夜)」이다. 두보가 안록산의 반란군에 잡혀 장안에 구금되어 있을 때 가족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다. 두보는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유교적 시를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시성詩聖이라고 불렸다. 시선詩仙 이백과 함께 이두李杜라고 일컬어진다. 중당 시기의 시인 원진元稹은 두보를 위해 지은 묘지명에서 “시인이 있은 이래, 아직 두보와 같은 사람은 없었다.”(詩人以來, 未有如子美者)라고 칭송하였다. 


━━━━⊱⋆⊰━━━━

오늘 밤 부주에 뜬 달,

아내 홀로 보고 있겠지.

멀리 있는 가여운 어린 자식들,

장안을 그리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겠지.

향기로운 안개에 구름 같은 머리 젖고,

맑은 달빛에 옥 팔뚝 싸늘하겠지.

언제나 빈 휘장에 기대어,

눈물 마른 두 얼굴 함께 비춰줄꼬?

금야부주월今夜鄜州月,

규중지독간閨中只獨看.

요련소아녀遙憐小兒女,

미해억장안未解憶長安.

향무운환습香霧雲鬟濕,

청휘옥비한淸輝玉臂寒.

하시의허황何時倚虛幌,

쌍조누흔간雙照淚痕乾?


천보天寶 15년(756) 6월에 안녹산의 반란군이 동관潼關에 진격하였다. 두보는 가족들을 섬서성에 있는 부주鄜州의 강촌에다 피신시켜 놓고, 현종의 뒤를 이어 영무靈武에서 즉위한 숙종을 찾아가려다 반란군에 잡혀 장안에 압송되어 억류되어 있었다. 이때 두보의 나이는 45세였다.


한가위 밤에 밝은 달을 바라보며 가족을 그리워한 시다. 두보가 아내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읊은 것이 아니라 아내가 자신을 그리워하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여 묘사한 데 이 시의 묘미가 있다. 두보의 아내는 분명히 자식들과 함께 있는데도 왜 홀로 부주의 달을 바라본다고 하였을까? 철부지 어린 것들은 부주의 달을 바라보면서 장안에 있는 남편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어미의 시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는 지난날 두보가 아내와 함께 둥근 달을 바라보던 아름다운 추억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두보는 눈물이 마른 두 사람의 얼굴을 저 휘영청 밝은 달이 환하게 비추어 줄 수 있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달을 따로 보면서도 함께 보고 있다.  ‘독간獨看’과 ‘쌍간雙看’이 따로 또 하나로 오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

나라는 망했어도 산하는 남아,

봄날 성엔 초목만 우거졌구나.

시절을 느끼매 꽃도 눈물을 흘리고,

이별이 한스러워 새도 마음으로 놀라네.

봉화는 석 달이나 이어지니,

집 편지 만금에 해당하네.

흰머리 긁을수록 더욱 짧아져,

도무지 동곳조차 꽃을 곳이 없어라.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

성춘초목심城春草木深.

감시화천루感時花濺淚,

한별조경심恨別鳥驚心.

봉화연삼월烽火蓮三月,

가서저만금家書抵萬金.

백두소갱단白頭搔更短,

혼욕불승잠渾欲不勝簪.

 

이 시의 제목은 「봄날 장안성을 바라보며(춘망春望)」이다. 이 시 역시 두보가 안록산의 반란군에 의해 장안에 억류되어 있을 때 지은 것이다. 늦봄에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과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하나로 융합하여 표현한 시다. 이때 두보의 나이 46세(757)였다.


나라는 망했건만, 봄날의 장안성에는 초목이 무성하게 자랐다. 망한 나라와 봄날의 생기가 충만한 장안성이 절묘한 대조를 이룬다. 봄날이 되어 꽃을 보아도 눈물이 나고, 새 소리를 들어도 가슴이 아리다. 참담한 조국의 현실과 백성들의 신음소리에 꽃과 새조차도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저미는 것이다. 전쟁이 오랫동안 지속되니, 고향에서 전해오는 소식은 한통에 만금이나 나갈 정도로 더없이 소중하다. 나라와 가족 걱정으로 시름이 깊어지니, 흰머리는 긁을수록 빠져서 동곳조차도 제대로 꽃을 수가 없다.


━━━━⊱⋆⊰━━━━

수루의 북소리에 발길 끊어지고,

변방 가을에 외기러기만 우는구나.

이슬은 오늘밤부터 희여지고,

달은 고향에서 보던 그대로 밝구나.

아우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생사를 물어 볼 집조차 없구나.

부치는 편지마다 늘 닿지 않거늘,

하물며 난리가 아직 끝나지 않음에랴.

수고단인행戍鼓斷人行,

변추일안성邊秋一雁聲.

노종금야백露從今夜白,

월시고향명月是故鄕明.

유제개분산有弟皆分散.

무가문사생無家問死生.

기서장부달寄書長不達,

황내미휴병況乃未休兵.


이 시의 제목은 「달밤에 아우를 생각하며(月夜憶舍弟)」이다. 두보의 첫 방랑지인 서쪽 변방 진주秦州에서 지은 시다. 달밤에 안사의 난으로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진 아우들을 그리워하며 지은 것이다. 건원乾元 2년(759)으로 두보의 나이 48세였다. 두보에게는 모두 네 명의 동생이 있었다. 두영杜潁, 두관杜觀, 두풍杜豊, 두점杜占이다. 함께 진주에 온 동생은 두점이었다. 다른 동생들은 산동과 하남에 흩어져 살았다.


이 시에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달은 고향에서 보던 그대로 밝구나.”라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고 있는 절창이다. 전란은 그치지 않고 아우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달만은 옛날 형제들과 함께 바라보던 고향의 달 그대로 밝다는 것이다. 자연계自然界와 인간세人間世를 대비하여 고향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을 절묘하게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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