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위로
HOME > 게시판 > 회원게시판

영원한 생명은 영원할 수 없다

대선 | 2024.09.03 16:27 | 조회 1722
  • 폰트
  • 확대
  • 축소


                   영원한 생명은 영원할 수 없다


번역 설정
글씨크기 조절하기
인쇄하기
박권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있을까?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는 DNA 복제를 통해 분열함으로써 자신과 똑같은 더 젊은 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가 늙어 죽는 것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어느 순간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포는 왜 더는 분열하지 못하는 것일까? 답은 DNA 복제에 있다.

                                                                  우리 몸의 설계도인 DNA
  DNA는 기본적으로 수소·탄소·질소·산소·인으로 이루어진 이중 나선 구조의 사슬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당과 인산이 이중 나선 구조를 지탱하는 두 가닥의 뼈대를 만들고, 그 안쪽으로 아데닌·타이민·구아닌·사이토신이라는 네 가지 종류의 염기들이 수소 결합을 통해 두 가닥의 뼈대 사이를 마치 사다리처럼 연결한다. 염기들이 서로 결합하는 방식에는 정확한 규칙이 있다. 만약 이중 나선 구조의 한 뼈대에 아데닌(A)이 붙어 있다면 다른 뼈대에는 반드시 타이민(T)이 붙어 있어야 서로 결합할 수 있다. 비슷하게, 만약 한 뼈대에 구아닌(G)이 붙어 있다면 다른 뼈대에는 반드시 사이토신(C)이 붙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중 나선 구조의 한 뼈대에 염기 서열 AATGCTAGGCTC…이 붙어 있다면 다른 뼈대에는 그것과 딱 맞게 결합할 수 있는 염기 서열 TTACGATCCGAG…이 붙어 있어야 한다. 우리 몸의 설계도인 유전 정보는 DNA의 염기 서열에 담겨 있다.

「 늙어죽는 건 세포 분열 못하는 탓
텔로미어 짧아지면서 복제 중단
바닷가재, 텔로미어 유지돼 장수
껍질 탈피 어려워져 결국은 사망

  DNA 복제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우선, 헬리케이스(helicase)라는 효소가 DNA 복제 원점이라는 특정한 영역에 붙어 마치 지퍼를 풀어 당기듯이 DNA를 두 가닥으로 풀어낸다. 이때 풀어진 각각의 가닥에는 ‘단일 가닥 결합 단백질’이 붙어 이중 나선 구조로 재결합하는 것을 막는다. 그다음, 각각의 가닥에 프라이머(primer)라는 짧은 염기 서열이 붙고 그 자리를 기준으로 DNA 중합효소(polymerase)가 염기 서열을 복제하기 시작한다. 염기 서열의 복제가 끝나면 처음 DNA와 동일한 2개의 DNA가 얻어진다.

수명을 결정하는 텔로미어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기 ‘달리(DALL·E)’를 이용해 그린 바닷가재.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아 원칙적으론 영원히 살 수 있다.   자, 그럼 늙어 죽지 않기 위해서는 텔로미어를 길게 유지하면 되는 것 아닌가? 맞다. 우리 몸에는 소모된 텔로미어를 복원해 그 길이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만들어 주는 효소가 있다. 그 효소의 이름은 텔로머레이즈(telomerase)다. 하지만 불행히도 텔로머레이즈는 배아의 줄기세포에서만 활성화되고 어른이 된 후에는 활동을 멈춘다. 따라서 우리는 늙어 죽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텔로머레이즈가 계속 활동해 원칙적으로 영원히 살 수 있는 생명체가 실제로 존재한다. 그 생명체는 바로 바닷가재다. 물론 바닷가재가 정말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바닷가재는 포식자에게 잡혀먹힐 수 있다. 이 가능성을 제외하고도 바닷가재에게는 노화보다 더 잔인한,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다가온다. 단단한 껍데기를 가지고 있는 바닷가재는 주기적으로 탈피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성장한 바닷가재는 지나치게 단단해진 자신의 껍데기를 부수고 나올 수 없다. 결국 바닷가재는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후 자신의 껍데기 안에서 압사당하게 된다.

                                  복제 오류와 암, 그리고 엔트로피

  인간은 먹이 사슬의 최상위에 있으며 탈피도 하지 않는다. 그럼 인간은 텔로머레이즈를 이용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을까?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 텔로미어를 인위적으로 길게 유지하면 DNA 복제가 무제한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복제에는 언제나 오류가 발생한다. DNA 복제 오류는 암으로 바뀔 수 있다. 텔로머레이즈는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럼 DNA 복제 오류를 줄이면 되지 않을까? 충분히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다면 우리는 과학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 DNA 복제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도 한계가 있다. 마치 바닷가재가 껍데기를 부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듯이 인간도 DNA 복제 오류를 줄이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열역학 제2 법칙, 즉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따르면, 생명과 같이 질서정연한 상태를 영원히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망하지 마라. DNA 복제 오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명은 DNA 복제 오류, 즉 돌연변이를 통해 진화한다. 개별 인간은 늙어 죽지만 전체 인류는 더 나은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박권, "영원한 생명은 영원할 수 없다", 중앙일보, 2024.9.2일자. 26면. 







twitter facebook kakaotalk kakaostory 네이버 밴드 구글+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공유(greatcorea)
도움말
사이트를 드러내지 않고, 컨텐츠만 SNS에 붙여넣을수 있습니다.
게시판 1,484개(1/93페이지)
공지 [회원게시판 이용수칙]
관리자 | 2023.10.05 | 조회 240739
공지 상생의 새문화를 여는 STB 상생방송을 소개합니다.
환단스토리 | 2018.07.12 | 조회 403568
진천군, 보재 이상설 선생 서훈등급 상향 추진
대선 | 2024.11.28 | 조회 444 사진
추사의 적거
대선 | 2024.11.28 | 조회 440
2025년 지식인들의 잡지 '사상계' 재창간
대선 | 2024.11.28 | 조회 516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2024년 12월 7일 재개관
대선 | 2024.11.27 | 조회 500 사진
여든 넘어 글 배운 칠곡 할매의 詩, 교과서 실린다
대선 | 2024.11.27 | 조회 429
청주고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 마무리
대선 | 2024.11.27 | 조회 420
금행일기와 휵양가
대선 | 2024.11.26 | 조회 454
교육부 가칭 해외 한국어 교육 지원 센터 설립 추진
대선 | 2024.11.26 | 조회 488
64년만에 완성한 민주주의 역사 보물창고, 3.8민주의거 기념관
대선 | 2024.11.25 | 조회 456
정답 지상주의에서 벗어나는 교육
대선 | 2024.11.25 | 조회 460
세상 종말이 와도 사랑을 되살려내는 시의 힘
대선 | 2024.11.24 | 조회 463
서울 광화문광장 100년사
대선 | 2024.11.24 | 조회 454 사진
노벨상 위해선 느슨한 시스템 필요
대선 | 2024.11.23 | 조회 417 사진
국내 서양근대사 연구 개척자, 나종일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대선 | 2024.11.23 | 조회 609
한국교회, ‘선교 140주년’ 기념
대선 | 2024.11.23 | 조회 474 사진
문명사회로 가는 멀고도 험한 길
대선 | 2024.11.23 | 조회 591 사진
처음페이지이전 5 페이지12345다음 5 페이지마지막페이지
삼랑대학
STB동방신선학교
세종문고 쇼핑몰
증산도 공식홈 안드로이드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