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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떠올려준 생각들

대선 | 2024.10.18 04:48 | 조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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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떠올려준 생각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일 오전에 일간지 문화부 기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기자는 수상이 유력하다고 전해지는 중국의 여성 작가 찬쉐(殘雪)에 대해 질문했고, 저는 1953년생인 찬쉐가 1980년대 중반에 나타난 일군의 젊은 실험적 작가들(중국에서는 그들을 ‘선봉파’라고 불렀는데) 중의 하나로서 그 실험성을 계속적으로 추구해온 보기 드문 작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찬쉐가 수상하게 되면 중국 작가들이 2000년의 가오싱젠을 시작으로 연거푸 12년 간격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다는 점과 수상 작가 가오싱젠, 모옌과 금년의 유력한 후보 찬쉐가 모두 실험적 작가라는 점이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날 저녁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속보가 떴고, 저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습니다, “대박!”이라고. 한강? 한강, 오 한강!


                                                  “역사 트라우마 맞선 시적 산문”

                                                   정곡 찌른 한림원의 선정 이유

                                                   단편소설·시집 등도 일독할 만

                                                   한류의 큰 흐름도 수상에 일조


  스웨덴 한림원이 내놓은 선정 이유도, 예년에는 조금씩 동의가 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intense poetic prose)”이라는 표현에 선뜻 공감이 갔습니다. 공감이 가는 정도를 넘어 정곡을 찌른 이 간략한 표현이 감탄스럽게 느껴집니다. 한강의 시적 산문의 근본 정서가 슬픔과 아픔이라는 점을 첨언합니다.


  노벨위원회 의장 앤더스 올슨 이름으로 발표된 선정 이유 전문은 그 간략한 표현에 대한 부연 설명이라 할 수 있는데, 한강이 1993년 잡지 ‘문학과 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고 1995년 단편소설집 『여수의 사랑』으로 산문 데뷔를 했다고 밝힌 뒤,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회복하는 인간(Convalescence)』 『에우로파』 등의 소설 작품을 하나하나 들어가며 한강 문학에 대해 살폈습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작가 최초의 수상인 동시에 아시아 최초의 여성 작가 수상이고, 또 여성 수상자 전체 중에서 펄 벅 다음으로 젊은 수상이며 21세기의 최연소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아시아, 여성, 연소 등의 컨셉이 선정에 얼마나 반영된 것인지 함부로 추측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데 대해 스웨덴 한림원에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한강의 문학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눈다면, 초기작 『여수의 사랑』과 『내 여자의 열매』에서 『그대의 차가운 손』을 거쳐 『채식주의자』에 이르는 한 갈래와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대표작으로 하는 다른 한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이 언급한 ‘인간의 삶의 연약함’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는 이 두 갈래 모두에 해당됩니다. 거기에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기’가 추가된 것이 후자의 갈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5·18을, 『작별하지 않는다』는 4·3을 배경으로 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강 작품은 2016년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단편소설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입니다. 살아있는 한 여자에게 죽은 남자 선배가 유령이 되어 찾아오고, 두 선후배가 다른 죽은 여자 선배를 함께 회상하는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서술하고 섬세하게 묘사하는 이 작품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이라는 찰나의 시간을 구원의 상징으로 제시합니다. 아름답고 슬픈 이 작품이 한강이라는 작가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보기에 독자 여러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또 등단 후 20년 만에 펴낸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도 주목할 만합니다. 한강의 시적 산문들도 일종의 시라고 본다면 이 시집이야말로 한강 문학의 정수일 수 있습니다.


  한강의 수상이 가능했던 데는 한국문학의 활발한 해외 소개라는 현실적 배경이 있었습니다. 한강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그런 흐름 속에서 한강 문학도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었습니다. 특히 번역지원사업을 통해 큰 기여를 한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에 경의를 표합니다.


  K팝, K드라마 등의 대중문화가 만들어낸 한류도 한강의 수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한류라는 이름의 커다란 문화적인 흐름 속에서 한국문학 또한 하나의 흐름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축하받아야 할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축하합니다.

               

                                                             <참고문헌>

  1. 성민엽,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떠올려준 생각들", 중앙일보, 2024.10.17일자.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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