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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관찰인생] 박수근 화백과 박완서 작가

대선 | 2025.08.02 00:21 | 조회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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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근 화백의 전시회를 갔던 적이 있다. 박수근은 어린 시절 밀레의 그림을 보고 자기도 그렇게 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고 한다. 그는 나뭇가지를 태우고 남은 목탄으로 혼자 그림을 익혔다고 한다. 우연히 알게 된 그의 아들 박성남 씨가 아버지의 그림들을 설명해 주겠다고 했다.

  그가 벽에 걸린 그림 하나를 가리켰다. 도마 위에 감자 일곱 개가 놓여 있고 한 개가 따로 떨어져 있다. 그 중간에는 식칼이 놓여져 있었다.

  "저 그림은 아버지가 미군 부대 안에서 초상화를 그려 모은 돈 35만 환으로 창신동에 판자집을 샀을 때 그린 거예요. 배고픈 시절이라서 그런지 아버지는 도마 위에 감자를 많이도 올려 놓으셨어요. 구도가 쉽지 않은데도 아버지는 소화해 내셨어요."

  아들은 아버지의 그림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가 안내하는 다음 그림은 함지박을 옆에 놓고 앉아있는 여인의 모습이었다. '시장의 여인'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박수근 화백 아들의 설명이 계속됐다.

  "저 그림을 보면서 비로서 저도 아버지처럼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죠. 그림으로서는 거의 완성에 이른 저 여인의 얼굴에서 아버지의 일생을 느꼈죠. 저 역시 대물림 가난 속에서 도공을 하면서 혼자 그림을 그렸죠. 스무살 때 국전에 입선했어요. 평론가들한테 좋은 평을 받고 그림도 팔렸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 친구인 화가들이 자기들끼리 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내가 아버지의 그림을 모방하고 돈독이 올랐다는 겁니다.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기 힘든 걸 느꼈어요.

  그래서 훌쩍 호주로 이민을 갔어요. 그곳에서 청소부로 일을 하면서 그림을 계속 그렸어요. 아들은 제가 벌어서 시드니의 미술대학으로 보냈죠. 아들의 그림이 전시회에서 외국인들의 호평을 받았어요.

  그런데 아들이 자기 그림을 설명하는 게 재미있더라구요. 자기가 그린 게 아니고 하나님이 자기를 도구로 해서 이루신 거라고 말하더라구요. 아버지는 내게 그림이란 항상 선과 진실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소설가 박완서 씨는 젊은 시절 미군부대 PX에서 그곳에서 초상화를 그리던 박수근이란 화가와 함께 일하는 이야기를 담은 '나목'이라는 소설을 썼다. 소설가가 본 박수근을 작품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박완서 씨는 과장이나 왜곡이 없이 사실을 그대로 묘사하는 작가였다. 작가는 박수근의 내면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었다.

  '난 오랫동안 그림을 못 그렸어. 너무 오랫동안. 아직도 내가 화가인지 궁금해. 나는 내가 사람이 아니란 것보다 화가가 아닌 것이 더 두려워. 화가가 아닌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도무지 짐작도 할 수 없어. 며칠 동안만 내가 화가일 수 있게 해줘. 그냥 그림이 그리고 싶어. 미치도록 그리고 싶어.'

  예술가의 절실함이 그대로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가 다시 현실 앞에서 번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화가임을 증명하기 위해 다섯 아이들을 굶겨도 좋단 말인가. 설에 떡국을 못 끓여 줘도 아내가 제대로 된 옷 한 벌 입지 못하고 궁상스러운 군복을 입고 있어도.‘

  박수근은 나중에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상태에서도 계속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 간경화증으로 쓰러졌다. 그는 "천당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어" 하면서 저세상으로 건너갔다.

  그는 소원대로 한국의 밀레이자 서민 화가였다. 그가 그린 판자촌과 시장, 청소부에는 가난과 고난 속의 인간미와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내가 전시장을 나오려고 할 때였다. 그의 아들인 박성남 화백이 그중 한 그림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창신동 판자집에 살 때 교회 장로님이 쌀 반 말을 주시고 저 그림을 가져가셨어요. 배가 고팠던 우리 가족 모두 그 장로님한테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죠. 저 그림이 지금은 수십 억 원을 한답니다. 이 전시장에 아버지의 그림들은 많지만 가족이 소장하고 있는 아버지의 그림은 없어요."

  성경 속에는 밭에 감추어진 보물을 발견한 사람의 얘기가 나온다. ‘박수근 화백의 집안은 가난이라는 밭 속에 재능이라는 보화를 대를 이어 간직하고 있는 집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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