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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친다는 것

신상구 | 2026.05.16 08:49 | 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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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르친다는 것

 

                    교육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아무리 훌륭한 이야기를 해도 수용할 준비 안 되면 무용지물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남기고 스스로 찾게 하는 게 스승 역할

 

  나는 종종 스스로 묻는다.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일까. 수십 년 동안 학생들을 만나 왔지만, 이 질문에 대해 단 한 번도 쉽게 답을 내린 적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더 어려워진다.

  연주를 듣다 보면 한 가지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다. 사람은 결국 ‘생긴 대로’ 연주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김새’는 단순한 외형이 아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경험·생각 그리고 아직 자신도 알지 못하는 내면까지 포함된 것이다. 실제로 그런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연주가 정리되지 않고 부산스러운 학생은, 레슨이 끝난 뒤 반지를 두고 가기도 한다. 늘 서두르는 학생은 연주뿐만 아니라, 밥을 먹을 때도 함께 걸을 때도 점점 빨라진다. 연주는 무대 위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라, 이미 그 사람의 일상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을 가르칠 때, 단순히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일에 집중하지 않는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학생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무엇을 듣고 무엇을 느끼는지, 그리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함께 들여다보는 일이다.

  사람의 무의식의 세계 안에는 그 사람이 오랜 시간 쌓아 온 습관과 기억, 그리고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감각들이 숨어 있다. 그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절대 간단치 않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 무의식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정직하다. 그래서 연주를 듣고 있으면, 그 사람이 어떤 자세로 음악을 대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보인다. 때로는 본인도 알지 못했던 모습이 음악을 통해 먼저 드러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태도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가르친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나는 한 학생을 떠올린다. 4년 동안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던 학생이다. 특히 페달에 대해서는 거의 매시간 이야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마다 학생은 이해한다고 했지만, 연주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그 학생은 유학을 떠났다. 얼마 후 그 학생에게서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새 선생님과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페달이었다.

  또 다른 학생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외국에서 새로운 선생님과 공부를 하면서 막혀 있던 것이 풀리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그는 아직은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변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다져 온 기본과 그 과정에서 힘들게 마주해 온 문제들을 통해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은 누구나 이름을 알 만큼 성장한 그를 보며, 가르침이라는 것이 어떤 방식으로 남게 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스승이 무언가를 가르쳐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깨달음은 오랜 시간을 거쳐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된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언제 전달되느냐가 아니라, 학생이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느냐 하는 점이다.

  나는 종종 학생들에게 말한다. 연주라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드러나는 것들을, 의식의 세계를 통해 다시 돌아보고 보완해야 한다고.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때로는 느낌에만 의존해 선택하는 템포와 음색, 프레이징(phrasing)에는 이미 그 사람의 습관과 성향이 담겨 있다. 그것을 삶 속에서 자각하고 다듬어 갈 때, 비로소 연주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바로 그 지점을 만들어 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학생이 스스로를 바라보게 되는 순간, 자신이 왜 그렇게 연주하는지 이해하게 되는 순간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그 과정 없이 이루어진 변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스승의 역할을 점점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남기고,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스스로 찾게 하자.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간이 더 깊은 변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쩌면 그 사람의 삶 속에 조용히 남는 한순간을 함께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스승은 무언가를 채워 주는 사람이 아니라, 거울처럼 비추어 주는 사람이 아닐까. 학생이 스스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 그 거울은 다만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 판단하지도 대신 해답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너무 빨리 변화를 기대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한 사람이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연주를 바꾸어 간다는 것은 그렇게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쌓이고, 어느 순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과정에 가깝다.

  나는 여전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중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좋은 스승이란 학생을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발견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발견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르게 되는 순간에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은 언제나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방식으로 다가온다.<김대진, “가르친다는 것”, 문화일보, 2026.5.15일자.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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