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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시대 만든 숨은 공로자

신상구 | 2026.06.03 15:52 | 조회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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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컬처 시대 만든 숨은 공로자


 1965년 2월 4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은 삼성문화재단 설립을 직접 발표했다. 우리나라 1호 기업 문화재단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다소 투박한 표현이 있긴 해도 그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언급한 설립 취지를 그대로 옮기는 것은 문화경영을 통한 사회공헌 의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제 영구히 본인의 소유를 떠나 다시는 본인에게 돌아오지 않을 이 재산이 새로운 공익재단의 사업활동의 근원이 되어, 재단이 목적하는 바 각 분야의 사회공익에 다대한 기여가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절대적인 성원을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당시로선 전례가 없었고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던 한국의 기업 문화재단은 그렇게 시작됐다. 55세 생일을 맞아 자신이 보유한 삼성 주식과 부동산 등 일부를 삼성문화재단 설립 시드머니로 내놓은 이 창업회장의 결정은 기업의 사회공헌 방법론인 동시에 구체적 실천이었다.

  이 시점에서 이 창업회장을 새삼 소환한 이유는 K컬처의 글로벌 문화현상 부상의 한쪽에 자리한 기업 문화재단의 역할과 기여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문화 선진국의 위세에 밀려 변방에 머물던 한국 문화예술이 K컬처라는 이름으로 세계인에게 각인되고 있는 배경엔 1차적으로 정부의 공공지원이 있다. 순수예술과 영화를 합쳐 대중예술에 투입되는 연 4조3000억원(올해 기준)은 작은 예산 규모가 아니다. 정부가 이 같은 정량적 수치를 내세워 K컬처의 성과를 확대 재생산하려는 취지도 이해한다.

  다만 지금은 K컬처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본격적으로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면, 민간 영역에서 K컬처 발전을 측면 지원해 온 기업 문화재단의 가치와 역할을 조명하고 공공 지원과의 시너지 방안을 모색하는 게 옳다고 본다.

  예컨대 미술관과 공연장 등 인프라 운영과 클래식 음악 지원, 단발성 프로젝트 지원 등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는 상당수 기업 문화재단의 문화공헌 사업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유도가 필요하다. 이 같은 측면에서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CJ문화재단의 문화공헌 활동은 다른 기업 문화재단과 비교해 주목받고 있다.

  문화산업 시스템 내 자본 유입이 녹록지 않은 인디 음악과 단편·독립영화, 창작뮤지컬 등 대중예술(대중문화) 비주류 장르의 신진 창작자 지원은 지속적이고 일관성을 띤다. 특히 단순 재정 지원을 넘어 작품 제작화를 돕고, 유통 및 소비에 이르는 체계적인 패키지 지원 시스템은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국내외 대중음악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한로로, 웨이브투어스 등이 CJ문화재단의 원스톱 지원 시스템 ‘튠업’이 배출한 아티스트라는 사실은 기업 문화재단이 K컬처 도약을 위한 정부 지원의 보완재 또는 대체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K컬처는 우리 문화예술의 비약적 성장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지속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는 공공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문화산업 내 기업 문화재단 등 민간 지원의 다각화가 함께 이뤄져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CJ문화재단의 문화공헌 차별화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기업 문화재단의 더욱 적극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지원 활동이 장려돼야 한다. 순수예술 특정 장르 지원 편중에서 벗어나 K컬처 생태계 전반을 탄탄하게 다지기 위한 균형 잡힌 지원 방안을 숙고할 때다.,<김진각, “K컬처 시대 만든 숨은 공로자”, 한국경제신문, 2026.06.03 00:15 지면A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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