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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예우법 개정과 후손들 책무

신상구 | 2026.06.14 13:47 | 조회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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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유공자예우법 개정과 후손들 책무

 

  독립유공자예우법 개정안의 지난 4월 23일 국회 통과 의미는 단순한 보훈제도의 보완을 뛰어넘는다. 그것은 국가가 오래전에 끊어버린 약속을 반세기 만에 다시 이은 것이다. 독립운동의 희생을 오늘의 대한민국이 다시 기억하겠다는 역사적 선언이다.

  유신 시절, 국가는 독립유공자 손자녀에게 이어지던 보상금을 1945년 8월 15일이라는 기준으로 갈라놨다. 그것도 국회가 아닌 비상각료회의의 일방적 결정이었다. 아마도, 국가의 재정 형편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조국의 해방을 보지 못하고 순국한 분의 후손과 해방 이후까지 생존했다가 세상을 떠난 분의 후손 사이에 차이가 생겼다. 선열의 공적은 같았으나, 후손의 예우는 달랐다. 그것은 행정의 기준이었을지 몰라도, 역사 앞에서는 온전한 정의가 아니었다.

  최근의 법 개정은 그 오래된 균열을 바로잡는 첫걸음이다. 비록 손자녀 1인에게 지급되는 제한적 복원일지라도 그 의미는 작지 않다. 국가는 마침내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른다’는 민주공화국의 약속을 법으로 확인했다. 독립운동을 한 가문이 가난과 침묵 속에 남겨지고, 친일의 그늘에 섰던 세력이 번영을 누렸다는 비극적 언어가 종말을 고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현충일 추념사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번 법 개정은 단순한 추념사의 수사가 아니라, 국가정책의 방향임을 보여준 것이다. 말이 제도로 옮겨질 때, 국가는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독립운동 정책은 연민이 아니라 헌법적 책무이며, 시혜가 아니라 국가 존립의 도덕적 기초다. 3·1혁명 이후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염원이 국가의 비전이지 않은가.

  이제 우리 후손들도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국가에 요구해 왔다. 그것은 정당했다. 잊힌 희생을 기억하라 요구했고, 끊어진 예우를 회복하라 요구했으며, 독립운동의 명예를 대한민국의 중심에 세우라 요구했다. 그러나 공동체 역사의 문이 조금 열렸다면, 국가의 도덕적 기초가 튼실하게 세워지고 있다면, 이제 우리도 그 문 앞에서 옷깃을 여며야 한다.

  선열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감옥과 망명, 가난과 죽음이 기다리는 길에서도 조국의 독립이라는 한 방향만을 바라봤다. 그분들은 나라가 무엇을 해줄 것인지를 묻기 전에, 내가 나라를 위해 무엇을 바칠 것인지를 먼저 물었다. 그것이 독립운동의 정신이었다. 오늘 후손에게 요구되는 응답도 바로 거기에 있다. 보상금을 받는 일이 끝이 아니라, 그 보상이 선열의 이름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가문의 명예를 개인의 권리로 간직할 게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책임으로 확장해야 한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이름은 혜택의 근거이기 전에 책무의 이름이다.

  이제 우리 후손들은 국가에 대한 요구의 언어를 넘어 국가에 대한 응답의 언어를 준비해야 한다. 갈라진 국민을 잇고, 흐려진 역사를 밝히고, 청년 세대에 자유와 독립의 가치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선열의 이름으로 받은 것은 선열의 정신으로 되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독립운동의 완성이며, 후손이 역사를 계승하는 방식이다.

  이번 법 개정은 국가가 선열에게 응답한 것이라면 이제 우리 후손이 국가에 응답할 차례다. 독립운동의 후손들이 다시 대한민국의 도덕적 기둥으로 우뚝 서야 한다. 선열들이 빼앗긴 나라를 되찾았다면, 우리는 흔들리는 공동체의 품격을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받은 예우에 대한 가장 엄숙한 답례다.<김진, “독립유공자예우법 개정과 후손들 책무”, 문화일보, 2026.6.5일자.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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