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년 만에 500권 달성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500권을 돌파했다.
민음사는 세계문학전집 500번째 책으로 이미륵 작가의 ‘압록강은 흐른다’(사진)를 출간했다고 15일 밝혔다. 1998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첫 책으로 선보인 지 28년 만이다. 국내 출판사 문학전집 시리즈가 500권을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00번째 책으로 선정된 ‘압록강은 흐른다’는 3·1운동에 가담한 뒤 일제의 수배를 피해 독일로 망명한 이미륵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고향에서의 유년 시절과 식민지 조선의 현실, 망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1946년 독일 피퍼 출판사에서 독일어로 처음 출간됐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현재까지 38개국 245명의 작가가 쓴 394개 작품을 소개했다. 누적 발행 부수는 약 2300만 부에 이른다.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다. 2000년 12월 2일 세계문학전집으로 처음 출간된 이후 약 81만3000부가 판매됐다.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 66만6000부로 2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 60만 부로 3위에 올랐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58만8000부)과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50만5000부)이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다.<김소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년 만에 500권 달성”, 동아일보, 2026. 6.16일자.>
출판 외길 60년이 지킨 것, 남긴 것
내 책장에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수십 권이 꽂혀 있다. 『변신 이야기』 『1984』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고전들이다. 1998년 출간을 시작한 이 시리즈가 최근 500권째인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를 펴냈다. 이를 기념해 출간 과정의 뒷이야기를 담은 『세계문학전집 이야기』도 나왔다. 편집자와 디자이너, 마케터들이 만들어낸 ‘행간의 세계’를 읽다 보면 독자도 그 세계의 일원으로 초대받는 기분이다. 구독자 49만 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 ‘민음사TV’가 시시콜콜 살아가는 이야기로 책 세계 바깥 독자들까지 껴안은 것처럼.
“출판사가 지속적으로 양서를 펴냄으로써 정신의 대학을 이루는 것을 출판의 본원적 의무라고 생각해 왔다.” 2012년 출간된 박맹호(1933~2017) 민음사 창업주의 자서전에 나오는 구절이다. 1966년 설립된 민음사는 이 같은 철학 아래 세계 시인선, 이데아 총서, 대우학술총서 등을 펴냈고, 1998년 세계문학전집 출간에 나섰다. 일본어 중역을 배척하고 원어 번역을 원칙으로 삼았으며, 새로운 세대에 맞는 디자인과 편집을 도입했다. 시대 변화에 맞춰 해외 저작권 계약도 치밀하게 준비했다. “오랫동안 팔릴 것이라는 확신”(박맹호)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민음사는 1998년부터 세계문학전집을 출간, 최근 500권째를 펴냈다.
28년의 발자취를 돌아본 『세계문학전집 이야기』에는 흥미로운 일화도 담겼다. 2016년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연락해 방탄소년단(BTS) 2집 앨범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모티브가 됐다며 이를 문학적으로 해석해 달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민음사가 뮤직비디오 속 상징을 『데미안』과 연결해 분석한 블로그 연재물은 국내외 K팝 팬들의 큰 관심을 모았고, 시대를 넘나드는 스테디셀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박상준 대표는 이를 통해 한 작품이 다른 창작의 영감이 되고, 다시 새로운 독자를 불러오는 과정을 절감했다고 책에 썼다.
올해는 민음사 창립 60주년이기도 하다. 많은 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사업을 넓히고 업종을 바꾸지만, 민음사는 출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길을 찾아왔다. 쉽지 않은 여정 속에는 작가와 번역가, 편집자, 그리고 독자들이 함께해온 신뢰의 시간이 녹아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쉬운 것 중 하나가 텍스트 생산이지만, 60년의 신뢰와 500권의 축적만큼은 단숨에 생성할 수 없다. 박맹호가 꿈꿨던 ‘정신의 대학’은 그렇게 이어져 왔고, 그 안에서 새로운 세대가 자란다. 출판 외길 60년이 지켜내고 남긴 것은 500권의 책만이 아닌, 속도에 휩쓸리지 않는 깊이와 방향성이다.<강헤란, "출판 외길 60년이 지킨 것, 남긴 것", 중앙일보, 2026.6.17일자.>
- (주)민음사는 백성의 올곧은 소리를 담는다는 정신을 근간으로 1966년 5월 19일 설립되었다. 박근섭(60) 민음사 대표는 1966년 고 박맹호 회장이 창립한 '출판 명가'의 전통을 이어받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역사 1966-1976 ; 민음사 창립(대표 박맹호 – 청주고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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