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인해’ 대박났다는 서울국제도서전서 가장 주목받은 1위 도서는?
책보다 굿즈에 주목한다는 서울국제도서전이지만, 이번 도서전에서 주인공은 여전히 책이었다.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은 18개국 538개사가 참여하며 닷새간의 일정을 치렀다. 개막 첫날 오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의 긴 줄이 코엑스 주변에 늘어섰고, 평일임에도 전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굿즈화된 책’이었다. 도서전에 맞춰 나온 한정판과 리커버 에디션의 인기가 상당했다. 표지를 새로 입히고, 한지 같은 물성을 더하고, 판형을 줄여 소장 욕구를 자극한 책들이 부스마다 줄을 세웠다. 굿즈가 책을 밀어낸 것이 아니라, 책 그 자체가 가장 탐나는 굿즈가 된 셈이다. 실제로 대형 부스를 차린 출판사들은 지난해보다 도서전 책 판매량이 적게는 1.5배, 많게는 2배가량 늘기도 했다. 주요 출판사의 이번 도서전 베스트셀러를 모아봤다.
민음사는 도서전 맞춤 전략이 통했다. 1위는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 한지 에디션. ‘압록강은 흐른다’는 3·1운동에 가담한 뒤 일제의 수배를 피해 독일로 망명한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로, 민음사의 대표 시리즈인 세계문학전집 500호를 기념해 출간됐다. 한지의 질감을 살린 특별판이 소장본을 찾는 독자들의 손길을 끌었다. 2위는 ‘우리는 사랑하기 좋은 팥을 가졌구나’ 미니 에디션, 3위는 ‘세계문학전집 이야기’가 차지했다.
문학동네에서는 시와 필진의 일상을 담은 자사 뉴스레터 ‘우리는 시를 사랑해’의 첫 단행본이 가장 많이 팔렸다. 온라인에서 쌓인 독자층이 종이책으로 옮겨온 결과다. 2위는 세계문학전집 먼슬리 클래식으로 새 표지를 입은 ‘싯다르타’, 3위는 리커버 ‘집’ 에디션으로 선보인 김애란의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였다. 대체로 화사한 표지의 리커버 에디션이 강세를 보였다.
창비는 도서전 한정상품이 잘나갔다. 도서전에서만 특별하게 선보인 ‘활자 중독 생활’이 압도적인 1위. 출판사 편집부원들이 자신의 일상을 담아낸 책으로, 이번 도서전만을 위해 기획됐다. 2위는 역시 도서전 한정상품인 한지로 만든 ‘백석 시선집’, 3위는 소설 앤솔러지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였다.
문학과지성사는 올해 ‘굿즈 없는 부스’로 화제를 모았다. 한정판과 사은품 경쟁에 가세하는 대신 책으로만 승부하겠다는 선택이었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 최승자의 첫 시선집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로, 이 역시 한지 에디션이었다. 이어 인기 시리즈 ‘소설보다 봄’, 김화진의 소설집 ‘텅 빈 마음 가진 채로’ 등이 뒤를 이었다.
굿즈가 책장을 떠나 책 자체로 돌아온 풍경.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이 확인시켜준 것은, 결국 독자가 지갑을 여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소장하고 싶은 책’이라는 사실이었다.<신재우 , "인산인해’ 대박났다는 서울국제도서전서 가장 주목받은 1위 도서는?", 문화일보, 2026.6.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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