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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독서 교육은 국가의 책무

신상구 | 2026.07.08 13:00 | 조회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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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시대 독서 교육은 국가의 책무

 

  AI 요약 위험과 사고 외주 경고 韓 학생 25%만 사실·의견 구분 학교 독서교육 활성 방안 기대 교육기본법에 국가 독서 책무 입시에 휘둘려 왜곡될까 우려 전폭적 지원과 지속성이 관건

  전 세계 30여 개국과 유엔·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참여한 ‘2026 국제 AI 안전 보고서’는 AI 시대 위험 중 하나로 ‘인지적 오프로딩(cognitive offloading)’을 지목했다. 바로 사고·생각의 외주화다. 기억하고 판단하고 따져보는 일을 AI에 넘기면서 인간의 인지 능력이 서서히 잠식된다는 경고다. 이는 2022년 챗GPT 등장 후 AI 위험론에 대한 논쟁 속에 과학적 증거만으로 국제 공동 보고서를 만들자는 제안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국제 전문가 100여 명이 집필한 올해 보고서는 AI 위험을 △악의적 사용 △오작동 △사회 전반에 스며드는 체계적 위험으로 분류했는데, 악의도 오작동도 없이 편하게 쓰기만 해도 생기는, 대표적인 체계적 위험이 ‘인지적 오프로딩’이다. 연구자들은 특히 AI 요약이 읽기를 대체하는 것을 우려했다. 요약본에 익숙해질수록 원문을 붙들고 씨름하는 과정에서 자라는 추론의 힘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AI 진단 보조를 도입한 뒤 석 달 만에 의사들이 AI 없이 종양을 찾아내는 능력이 6% 떨어졌고, AI 도구를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비판적 사고 점수가 낮은 경향도 관찰됐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이렇다면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오늘날 청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둘러싸인 세대로 긴 글을 읽기도 전에 15초 영상의 문법부터 익혔다. 결과는 여러 지표로 확인된다. 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2에서 전 세계 읽기 점수는 유례없이 하락했다. 우리 상황은 더 어둡다. 한국 학생 가운데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을 갖춘 비율은 25.6%로, OECD 평균 47.4%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청소년 문해력 저하는 사회문제가 됐고, 최근엔 고등학교 2학년 10명 중 1명이 국어 기초학력 미달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도 학생들의 연간 독서량과 독서 시간 모두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2일 발표한 ‘학교 독서교육 활성화 방안’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교육부는 교육기본법을 개정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독서교육 책무’를 명시하고, 학교도서관진흥법을 도서관 관리 중심에서 독서교육 전반의 근거 법령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과정 총론도 고쳐 독서를 국어 과목을 넘어 전 교과의 과제로 다루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초3·4, 중1, 고1을 ‘독서교육 집중 학년’으로 정해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매일 아침 10분 함께 책 읽기’를 2030년까지 전체 초·중·고로 확대하고 매년 독서 연계 수업을 위해 1000개의 교수·학습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독서교육 선도학교도 매년 40개교씩 운영한다. 학생이 ‘독서로’에 기록한 활동을 나이스와 연동해 학교생활기록부 독서활동상황란에 자동 입력하게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전에 이뤄지던 독서 활동들을 한데 모았다는 한계는 있지만, 독서를 별도의 행사나 캠페인이 아니라 교과 수업 안에 통합하겠다는 큰 방향에서 보면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문제는 늘 그렇듯 입시에 휘둘리는 교실이다. 실제로 2024학년도부터 학교생활기록부의 ‘독서활동상황’이 대학에 제공되지 않자 ‘입시와 관계없으니 굳이 안 읽는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교과 연계 독서가 세부능력 특기사항과 결합하면 입시의 하위 구조가 된다. 진단하고 생활기록부에 남기는 체계가 촘촘해질수록 독서는 시험 과목이 된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를 고려해도 독서 교육은 필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폭적 지원과 정책의 지속성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리셋돼 온 독서 정책의 이력을 떠올리면 이번 정책의 성공 여부는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느냐에 달렸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빨리 정답을 받아 적는 능력이 아니라 멈춰 서서 질문할 줄 아는 힘이다. 그 힘은 여전히 한 권의 책을 끝까지, 깊이 있게 읽어내는 시간과 경험 속에서 자란다. 그저 선언뿐이 아닌 실질적인 인적·예산 지원, 교사의 부담을 덜어 주는 행정, 학생들의 변화를 끌어내고 지켜보는 긴 호흡의 평가가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AI 시대, 책 읽기를 숙제가 아니라 즐거운 경험으로 만나게 하는 것, 그 지점에서 비로소 독서 교육은 제대로 출발할 수 있다.<최현미, “AI 시대 독서 교육은 국가의 책무”, 문화일보, 2026.7.일자.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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