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지금이 미래를 준비할 때
성경에는 7년 풍년에 이어진 7년 흉년 이야기가 있다. 풍년에 식량을 비축한 나라는 흉년이 닥쳤을 때 국민의 삶과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 반면 풍년을 누리는 데만 몰두한 나라의 국민은 고통의 시간을 겪고, 준비된 나라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미래를 준비한 나라와 그러지 못한 나라의 차이는 위기의 순간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금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맞이한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인공지능(AI) 혁명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산업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세계 10위권으로 올랐고, 영업이익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미국은 대규모 신규 반도체 공장을 잇달아 건설하며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고, 중국은 매년 매출액에 맞먹는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와 신소재 개발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AI 시대의 반도체 수요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지만, 지금 투자를 멈추거나 경쟁에서 한발 뒤처지는 순간 초격차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정부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600조원 규모의 민간투자 계획과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지원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기에 완성하는 한편 광주를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육성하고, 충청권은 첨단 패키징, 영남권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차세대 반도체의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용인은 이해하겠지만 왜 지방까지 포함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그 적절성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지역 안배가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의 문제다. 반도체는 앞으로 수십년 동안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칠 핵심 산업이다. 생산과 연구·개발(R&D), 인재 양성 기능을 수도권에만 집중시키는 것은 국가 전체의 위험을 키우는 일이다. 여러 거점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공급망도, 국가경쟁력도 더 탄탄해질 수 있다.
지방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판이다. 같은 규모의 투자라도 지방에서는 더 큰 성장과 더 많은 일자리, 더 높은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 이미 크게 자란 나무보다 이제 막 자라는 묘목에 물을 줄 때 더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업들은 치열한 고민과 검토 끝에 투자를 결정했다. 이는 시장의 판단이자 미래에 대한 믿음이다. 이제는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어느 지역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가느냐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을 어떻게 최고 수준으로 키워낼 것인가다. 용인과 광주, 충청과 영남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거대한 반도체 생태계를 함께 완성해갈 동반자다.
성경 속 요셉은 풍년의 시간을 논쟁으로 허비하지 않았다. 다가올 미래를 내다보며 묵묵히 창고를 채웠고, 그 준비가 나라와 국민을 지켜냈다. 반도체와 지방에 대한 투자는 오늘을 위한 선택을 넘어 다음 세대를 위한 약속이다. 미래는 준비하는 나라의 것이다. 지금의 결단과 실행이 대한민국의 다음 30년을 만들 것이다.<김정관, "반도체, 지금이 미래를 준비할 때", 경향신문, 2026.7.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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