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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의 꿈

신상구 | 2026.07.23 17:17 |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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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해 한용운의 꿈

 

  지난 주말, 행복미래교육이음공동체의 행복동행 일환으로 남한산성에 다녀왔다. 이때 병자호란과 관련된 여러 문학 이야기가 오갔지만, 문학도로서 만해기념관 방문을 잊을 수가 없다.

  만해 한용운은 시인, 승려, 철학자, 독립운동가로서 님이 침묵하던 시대에 불교와 문학을 통해 님을 노래하고 인간의 자유와 민족의 평화와 독립을 노래한 영혼의 등불 같은 존재였다.

  “나는 조선 사람이다. 왜놈이 통치하는 호적에 내 이름을 올릴 수 없다.”라면서 평생을 호적 없이 지냈으며, 일제가 강요한 신사참배, 창씨개명, 조선인 학병 출정, 귀족 작위 제안 등을 모두 반대했다.

  육당 최남선이 독립선언서를 독립간청서 혹은 독립청원서로 명명하자 독립선언서로 할 것을 강력히 주장 관철하고, 실천적이고 독립적 의지가 뚜렷한 ‘공약 3장’을 추가하였다. 수감 시절에는 ‘변호사를 대지 말 것, 사식을 취하지 말 것, 보석을 요구하지 말 것’과 같은 옥중투쟁 3대 원칙을 정해 실천했다. 또 독립을 선언한 이유를 묻는 검사에게 옥중에서 참고 자료 하나 없이 8000여 자에 달하는 ‘조선 독립의 서’를 써서 답변했다.

  그리고 시인으로서 자작시 88편을 묶어 『님의 침묵』을 펴내어 비록 지금 님은 떠나고 없지만 그 님을 기다리며 반드시 오리라는 희망을 노래하였다. 그래서 위당 정인보는 “인도에는 간디가 있고, 조선에는 만해가 있다”라고 했다.

  이러한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 만해 한용운이 태어난 충남 홍성에서는 그의 생가를 복원했고, 만해문학체험관에는 그의 문학과 애국정신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또 만해의 정신적 고향인 백담사가 있는 강원도 인제에는 만해마을을 조성하고, 만해문학박물관을 비롯하여 문인의 집, 만해학교, 님의 침묵 광장 등이 있다. 그리고 1933년부터 1944년 입적할 때까지 만년을 보낸 만해의 마지막 삶의 현장인 서울시 성북동 심우장은 만해가 민족의 독립을 염원하며 「흑풍」, 「박명」 등의 소설 작품을 썼던 역사적인 장소로, 그의 글씨, 연구 논문집, 옥중 공판 기록 등이 보존되어 있다.

  우리 일행이 방문했던 남한산성 만해기념관은 원래 성북동 심우장에 있던 만해기념관을 1990년 이곳으로 이전해서 1998년 재개관한 사립박물관으로 ‘님의 침묵’ 초간본 등 만해 관련 자료 6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남한산성에 만해기념관을 개관한 것은 남한산성 축조에 동원된 8도 승군들의 호국정신과 병자호란 당시 끝까지 지조와 절개를 지켰던 홍익한, 윤집, 오달제 등 삼학사의 애국충정과 만해의 정신을 민족의 얼과 정신으로 잇고자 해서이다.

  이밖에도 만해 한용운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님의 침묵’, ‘나룻배와 행인’, ‘알 수 없어요’, ‘복종’ 등의 시비가 보령 개화예술공원을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에 세워져 있다. 우리 대전에는 보문산 사정공원에 그의 시 ‘꿈이라면’이라는 시비가 있다.

 

                                     사랑의 속박이 꿈이라면

                                     출세의 해탈도 꿈입니다.

                                     웃음과 눈물이 꿈이라면

                                     무심(無心)의 광명도 꿈입니다.

                                     일체만겁(一切萬法)이 꿈이라면

                                     사랑의 꿈에서 불멸을 얻겠습니다.

 

  만해는 이 시에서 세속적인 ‘사랑의 속박’과 초월적인 ‘출세의 해탈’, 감정적인 ‘웃음과 눈물’과 무심의 경지를 모두 '꿈'으로 규정함으로써 이들 사이의 대립적이고 이분법적 구분을 무너뜨린다. 특히 시인은 모든 ‘일체만법’이 꿈이라면 오히려 ‘사랑의 꿈’에서 불멸을 얻겠다고 역설적인 선언을 함으로써, 모든 것을 '꿈'이라는 하나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이들이 근본적으로 동일함을 강조한다. 사랑에 대한 강한 긍정과 함께 불교적 해탈의 개념으로 재해석하면서 변함없는 끝없는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2023학년도 대입수능 응시생 필적 확인 문구로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라는 시구로 주목받은 만해의 ‘나의 꿈’ 역시 단순한 사랑을 넘어 당신을 위해 별이 되고, 바람이 되고, 귀뚜라미가 되어 항상 당신의 곁을 지키겠다는 변함없는 사랑을 담고 있다.

  만해는 결국 조국으로 상징되는 님이 침묵하고 님이 부재하던 시기에 자유와 평화를 님에 대한 그리움과 변함없는 끝없는 사랑으로 노래하여 당시 민중들의 상실감과 독립에 대한 열망을 강렬하게 시적으로 표현했다. 따라서 그의 꿈은 님에 대한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님의 침묵과 부재에서 오는 저항과 희망을 넘어 자유와 평화를 품은 또 하나의 ‘독립 선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사정공원에 오르면 만해의 시비를 다시 음미해 보아야겠다.<방경태, “만해 한용운의 꿈”, 금강일보, 2025.5.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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