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경제팀의 세 가지 오류
뜨거운 여름이었다. 그러나 폭염보다 국민들을 더 힘들게 만든 건 경제 실정(失政)이었다. 부동산은 수도권 매매·전세·월세 시장이 모두 급등하는 전례 없는 대란을 겪고 있고, 주가는 폭락했다.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고용시장은 부진하다. 특히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27개월 연속 줄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부동산과 증시와 실물경기의 동시 고장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부동산 대란·주가 폭락·고용 절벽 경제팀, 반도체 초호황 과잉 낙관 시장보다 권력 코드 맞춘 정책 실패
특이한 것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위기가 닥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잘못된 정부 정책이 방아쇠를 당겼다는 게 문제다. 부동산 대란은 수요억제 일변도 정책이, 증시 폭락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부실 도입 등 인위적 부양이 주된 요인이 됐다. 실물경기 부진 뒤엔 노란봉투법 사태가 상징하는 친노조 정책이 있다.
모두 이재명 대통령이 방향을 잡은 것이다. 부동산은 실거주와 비거주를 구분했고, 증시 부양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그렇다 해도 경제가 이런 상황이 된 데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의 책임이 무겁다. 단순히 결과가 나빠서가 아니다. 경제 상황 인식과 정책 수립 자세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
첫째, 허황된 기대 조성의 잘못. 그들은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초호황을 과신했다. 김 실장의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는 성공의 비용’ 논리도 거기서 출발했다. 반도체가 지금 초호황인 건 맞지만, 그것이 우리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만큼 거대하고 지속적일지는 확실치 않다. 시장에선 반도체 특수가 장기 지속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갑자기 많아질 정도로 불확실성이 높다. 지나친 낙관은 시장은 정부를 이기지 못한다는 자만과 호남반도체 올인으로 이어졌다. 경제 운용 기조는 재정을 건전하게 하고 기초체력을 키우기보다 초과 이익과 초과 세수를 어떻게 쓰느냐는 쪽으로 흘러갔다. 그 사이 자영업 위기, 청년층 고용 절벽 등 민생 경제 실상은 정책의 후순위로 밀렸다.
둘째, 권력에 부화뇌동한 잘못. 참모가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며 현실을 도외시하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이 대통령이 부동산 세금 증세로 돌아서는 대전환 과정에서 경제팀은 어떤 의견을 냈나.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보유세·양도세 인상 카드를 썼다가 실패한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현 정부도 기어이 부동산 세금 인상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리더의 오판을 그냥 추종하는 것은 올바른 참모의 자세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비거주 1주택을 투기로 보는 인식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내 집 한 채’는 경제적 본능이고, 집을 가져도 이사할 상황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면 비거주 1주택자가 된다. 우리 국민 중 자기 집에서 거주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58.4%(2024년 주거실태조사). 대략 열 가구 중 네 가구가 남의 집에서 살고 있고, 그중 적잖은 수가 비거주 1주택자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증세는 이들은 물론 이들의 집에 세들어 사는 세입자에게도 영향을 준다. 그것은 결국 거주의 자유, 이사의 자유를 옥죈다.
셋째, 정책을 경솔하게 밀어붙인 잘못. 대표적인 게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다. 상품은 6·3 지방선거 일주일 전 출시됐다. 주가 하락 시 강제매도로 인한 시장 충격, 투자자 보호장치에 대한 검토는 충분치 않았다. 당정 협의도 없었다. 브레이크 성능 검증도 안 한 자동차를 시판한 격이다. 상품은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로 인한 외환 유출 방지를 위해 도입됐고, 실제로 달러 유출이 급감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경제팀은 항변한다. 그렇다면 환율 잡으려고 증시에 폭탄을 던져놓은 셈이 된다. 애초 정책 설계가 잘못됐고 정책 과정은 태만했다.
선의를 갖고 최선을 다한 정책도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의 실상을 호도하고, 시장보다 정권에 코드를 맞추고, 정작 준비에 소홀한 정책은 십중팔구 실패한다. 그래서 그들의 책임이 무겁다.< 이상렬, "이재명 정부 경제팀의 세 가지 오류", 중앙일보, 2026.8.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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