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위로
HOME > 게시판 > 회원게시판

길 위에서 외치는 소리

신상구 | 2026.09.04 21:14 | 조회 57
  • 폰트
  • 확대
  • 축소

 

                                       길 위에서 외치는 소리

 

   지난 8월29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생명의 편에 선 사람들’ 전국대회가 열렸다. ‘생명생태비상시국’을 선언하기 위함이었다. 대회는 난개발로 스러진 생명들을 추모하는 위령의 절로 시작됐다. 나는 도심 한편에 함께 엎드린 사람들의 사진을 저장해뒀다. 그들이 흙과 물을 닮았다고 생각해서다. 아스팔트 바닥에서 절을 하고 애도문이 낭독되는 동안, 넋들을 떠올렸을 참석자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이날 대회에는 가덕도·제주·새만금 등의 신공항, 설악산·지리산·황령산 등의 케이블카, 청양 지천댐과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산황산·노자산 등의 골프장, 낙동강 하구 교량, 지리산 산청 지하수 취수에 맞서는 이들이 모였다. 4대강 문제를 제기해온 이들도 함께했다. 모두 파괴적으로 지역과 자연을 수탈하는 현안들이다. 아마 이 대회가 지속되는 한, 대회가 주는 기쁨은 내내 그런 것일 테다. 서로 다른 현장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지키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연대의 마음 말이다.

   난개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은 메가프로젝트라는 거대한 무게까지 더해졌다. 윤석열 정부가 물러난 뒤에는 달라질 것이라 기대했다. 기후위기가 더욱 심각해진 만큼 현 정부의 기후생태적 감수성 또한 다르기를 바랐다. 더구나 현 정부는 재난으로부터 삶을 지키고, 지구를 위한 나라로 나아가겠다고 공약한 정부가 아니던가. 하지만 이르면 오는 10월 가덕도신공항 우선시공분 착공이 추진되고,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1공구도 10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날 김현욱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활동가는 네팔 홍수를 언급했다. 네팔 홍수의 참혹한 장면이 부산 가덕도를 보는 듯했다는 것이다. 기후재난이 더는 추상적인 경고가 아닌데, 인간의 탐욕을 견디지 못한 자연의 절규가 거세지는데,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허울로 지구의 생태적 한계선을 짓밟는 일이 누구의 권리로 가능한지 그는 물었다.

   한편 탈핵을 촉구하는 순례의 목소리들 또한 현재 길 위에 나서 있다. 길 위에 선다는 건 기도의 마음으로 서는 것이다. 이는 2013년 탈핵순례를 기도로 열었던 성원기 강원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생명의 편에 선다는 것과 탈핵 운동은 성장주의와 수탈의 문제에서 만난다. 핵발전에는 발전소가 들어설 땅과 막대한 냉각수, 송전망이 필요하고, 가동 이후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남는데 그 모든 부담이 집중되는 곳은 지역이다.

   이번 탈핵순례는 9월1일부터 기후정의행진 직전인 16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순례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논의와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단지 등 ‘3대 메가프로젝트’의 예상 수요를 반영한다며, 2040년 최대 전력수요 전망을 끌어올렸다. 확대된 예상 수요를 선반영해 발전설비를 확대하려는 계획은 무모하며 파괴적이다.

   자신의 몸을 길 위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 더 빠르게, 더 많이 가지려 지금 존재하는 삶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 위해. 단순히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들과 충만한 관계를 누리자고 말하기 위해. 흙과 물을 같이 닮자고 말하며.<윤은성, “길 위에서 외치는 소리”, 경향신문, 2026.9.3일자.>

 

twitter facebook kakaotalk kakaostory 네이버 밴드 구글+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공유(greatcorea)
도움말
사이트를 드러내지 않고, 컨텐츠만 SNS에 붙여넣을수 있습니다.
게시판 572개(1/36페이지)
공지 게시글이 잘 안 올라갈때 [1]
환단스토리 | 2025.09.15 | 조회 257166
공지 [회원게시판 이용수칙] [4]
관리자 | 2023.10.05 | 조회 763036
공지 상생의 새문화를 여는 STB 상생방송을 소개합니다.
환단스토리 | 2018.07.12 | 조회 934835
히말라야의 눈물이 보낸 20년의 경고 new
신상구 | 2026.09.05 | 조회 23
길 위에서 외치는 소리 new
신상구 | 2026.09.04 | 조회 58
AI 패권시대,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조건
신상구 | 2026.09.02 | 조회 74
내년 예산 821조, 나랏빚 1500조… ‘빚의 역습’ 대비해야
신상구 | 2026.09.02 | 조회 65
AI 시대의 슬기로운 노년 생활
신상구 | 2026.09.01 | 조회 60
AI와 창작의 진화
신상구 | 2026.08.28 | 조회 152
이완용과 망촛대
신상구 | 2026.08.27 | 조회 175
국학박사 신상구가 최근 발간한 단행본 2권 홍보자료 대한출판문화협회 등록
신상구 | 2026.08.26 | 조회 170
고(故) 이홍범 박사의 &lt;아시아 이상주의 ASIAN MILLENARIANISM&gt;
신상구 | 2026.08.26 | 조회 179 사진
한 역사학자의 1945년 8·15 해방 다음날 일기
신상구 | 2026.08.26 | 조회 150
한국 개벽 사상의 선구 서경덕의『화담집花潭集』
신상구 | 2026.08.25 | 조회 206
풍류로써 세상을 건지리라
신상구 | 2026.08.25 | 조회 180
이선복 서울대 교수, 몽골 최고 영예 '북극성 훈장' 받아
신상구 | 2026.08.25 | 조회 206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을 맞이하여 통일을 다시 생각한다
신상구 | 2026.08.24 | 조회 199
불교계 죽비’ 명진스님 입적
신상구 | 2026.08.24 | 조회 222
위험천만한 부자증세
신상구 | 2026.08.22 | 조회 182 사진
처음페이지이전 5 페이지12345다음 5 페이지마지막페이지
삼랑대학
STB동방신선학교
세종문고 쇼핑몰
증산도 공식홈 안드로이드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