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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눈물이 보낸 20년의 경고

신상구 | 2026.09.05 11:36 |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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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의 눈물이 보낸 20년의 경고

 

  험난한 고갯길을 넘자 거대한 호수가 펼쳐졌다. 해발 4500m에 위치한 네팔 롤왈링 계곡의 초롤파 빙하호수. 빙하가 녹으면서 물이 점점 불어나고 있다. 1957년 0.23㎢였던 호수 면적은 50여 년 만에 1.65㎢로 커졌다. 길이 3.2km, 깊이 131m로 1억 ㎥의 물을 담고 있다. 자갈과 흙으로 이루어진 둑이 터지면 하류 6000여 명 주민들에겐 ‘물 폭탄’이 쏟아질 것이다. 빙하 둑이 터져 생기는 홍수를 ‘수직 쓰나미’라고 한다.’

  2011년 12월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원정대와 동행했던 본지 기자가 현장에서 쓴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제목부터 ‘둑 터지면 하류 100km 눈물바다로 만들 ‘히말라야의 눈물’ 차오른다’였다. 장대한 히말라야를 찾은 기자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아름다움 뒤에 숨어 있던 재난의 위험이었다.

  이보다 앞선 2006년 12월, 본지는 히말라야 빙하호수 붕괴 위험을 ‘하늘에서 밀려오는 쓰나미’라고 표현하며 대규모 재난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사를 실었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한 네팔 카트만두 소재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의 분석을 인용해 히말라야 일대 빙하호수 50여 개의 둑이 붕괴 위험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2010년 10월에는 국제 사회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를 담았다. 제4차 유엔 재해경감 아시아각료회의 참석차 방한한 지그메 틴레이 당시 부탄 총리는 본지 인터뷰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 피해가 크다며 “선진국들이 환경 오염 물질 배출을 막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한국은 재해 위험을 잘 알고 컨트롤할 수 있는 국력이 있는 만큼 아시아지역 기후변화 대책을 주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20년간 우려와 경고가 이어졌지만 네팔 대규모 홍수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이 시점에서 과거 기사들을 꺼내 드는 이유는 ‘우리가 일찍이 경고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예전에는 히말라야 산골 주민들에게 닥칠 재난으로 봤던 기후위기가 이제 전 세계의 생명과 안전으로 직결되고 있다. 한국 기업과 국민의 활동 반경은 세계 곳곳으로 넓어졌다. 발전소와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오지로 들어가고, 히말라야산맥 곳곳을 여행하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이제 모두가 위험의 당사자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참사가 우리를 비롯한 국제 사회에 내민 ‘청구서’는 무겁다. 구조대와 구호물자를 보내는 사후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 기후위기 지역의 재난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피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까지 대응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첨단 기상관측·정보통신 기술을 공적개발원조(ODA)와 결합해 조기경보망 구축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데이터를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시스템과 연계해 위험지역의 한국 기업과 교민, 여행객에게 전달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다.

  현지 공관이 기업별 사업장과 체류 인원, 대피 장소와 이동 경로를 평소 파악해 두고 재난 위험이 커지면 기업, 교민 사회 등과 즉시 공유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 사업장에는 지역별 기후재난 위험지도를 만들고, 경보 단계별로 작업 중단과 대피 기준을 정해둘 필요가 있다. 대피 훈련까지 해야 실제 재난 때 작동할 수 있다. 관측에서 경보, 작업 중단과 대피까지 끊기지 않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네팔뿐 아니라 온난화로 인한 홍수, 산사태 등의 위험이 큰 곳들을 ‘기후재난 취약지역’으로 정해 국제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히말라야는 오랫동안 위험신호를 보냈다. 먼 나라의 재난이 더 이상 그들의 일로 끝나지 않는 시대다. 우리 국민이 있는 곳에 대한민국의 안전망도 함께해야 한다. 나아가 기후 취약국에 대한 책임 있는 연대와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글로벌 기후 안전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 이제 행동으로 답할 차례다.<유재영, “히말라야의 눈물이 보낸 20년의 경고”, 동아일보, 2026.9.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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