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학 세계화, 독립 번역대학원이 답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중심 무대로 진입했음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다.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K문학까지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지금, 이 성취를 지속 가능한 문화적 자산으로 만드는 관건은 번역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이 ‘한국문학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다.
문제는 설립 방식이다. 최근 거론되는 지방 국립대와의 교육과정 연계나 공동 설립 방안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문학 번역은 단순한 언어 변환이 아니다. 원작의 문체와 정서, 시대적·문화적 맥락을 이해해 다른 언어로 재창조하는 고도의 전문 작업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오랜 기간 번역가 양성과 번역 지원, 해외 출판, 국제 교류를 통해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축적해 왔다. 세계적 수준의 문학 번역가와 연구자를 길러내려면 이러한 노하우를 온전히 담을 독립적인 교육체제가 필요하다. 타 기관에 종속되거나 절충된 형태가 아니라 독자적인 교육과정과 학위 수여권을 갖춘 전문대학원으로 설립돼야 한다. 교육·연구·인사·학위 운영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문학 번역 연구도 선도할 수 있다.
독립 대학원 설립이 외부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확고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국내외 기관과 대등하게 협력해야 한다. 특히 다변화하는 세계 문학 시장에 대응하려면 수십 년간 인재와 노하우를 축적한 기존 주요 통번역대학원들과의 전략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입지 역시 중요하다. 대학원은 세계 각국의 젊은 번역가와 연구자를 끌어들이는 글로벌 허브를 지향해야 한다. 문학 번역 교육은 교실 안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작가와 출판사, 서점과 문학관, 연구자와 문화기관을 지속적으로 만나야 한다. K문학이 영화, 드라마, 웹툰 등 K컬처 전반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도 현장 접근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문학번역대학원은 수도권의 기존 통번역대학원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쉽고, 문화·학술 인프라와 글로벌 인재가 모이는 수도권에 자리 잡아야 한다. 행정적 편의나 지역 안배보다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우선시해야 한다. 지금의 선택이 향후 50년, 100년 한국 문학의 위상을 좌우할 수 있다.<K문학 세계화, 독립 번역대학원이 답이다[<곽중철, “K문학 세계화, 독립 번역대학원이 답이다”, 동아일보, 2026.9.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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