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어!(山中有直樹, 世上無直人).
‘마두각(馬頭角) 오두백(烏頭白)’이라는 말이 있다. ‘말머리에 뿔이 나고 까마귀 머리가 희어질 때’라는 뜻이다. 도저히 가망이 없는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고 믿어보려는 마음을 가져야할 때의 허탈함을 표현하는 말이다. 춘향이 이몽룡을 떠나보내며 눈물로 부르는 이별가 중의 “이제 가면 언제 와요? 마두각하거든 오시려오? 오두백하거든 오시려오?”라는 대목이 바로 그런 허탈한 비유의 슬픈 대목이다. 속임을 당해온 사람들은 허탈함에 이골이 나서 아예 믿기를 포기했다는 듯이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올곧은 사람이 있다고? 에이, 산중에 곧은 나무는 있어도 세상에 올곧은 사람은 없어!”
直:곧을 직, 樹:나무 수. 산 속에 곧은 나무는 있어도 세상에 곧은 사람은 없다. 25x64㎝.
‘법불아귀(法不阿貴), 승불요곡(繩不撓曲)’ 즉, ‘법은 귀한 사람이라 해서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곳이라 해서 굽혀 긋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한비자』 유도(有度) 편에 나오는 말이다. ‘繩(승)’은 본래 ‘새끼줄’이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목수들이 재목을 곧게 다듬기 위해 사용하는 ‘먹물 먹인 실로 된 자’를 뜻한다. 굴곡을 따라 먹 줄자를 구부려가며 그리면 절대 곧은 선을 그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돈과 권세를 향해 법이 아부하면 세상은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가 횡행해, 국민들 사이에서 ‘산속에 곧은 나무는 있어도 세상에 곧은 사람은 없다’는 불신이 터져 나온다. 불신이 만연한 사회는 결국 무너지고 만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이 헛구호가 되면 안 된다. 돈과 권세로 오만한 횡포를 부리지 않도록 인문학을 바탕으로 정직하지 못한 일 앞에서는 언제라도 ‘차마 못 하겠다’는 양심이 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돈과 권력과 편리함에 대한 욕심에 절어서 올곧음이 묻히는 사회는 결코 행복한 사회가 아님을 직시하고, 정부는 인성교육을 최우선시하는 정책수립을 서두르고, 국민은 그런 교육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김병기,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어!(山中有直樹, 世上無直人)”, 중앙일보, 2026.9.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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