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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달 뜨는 한가윗날에 부쳐

신상구 | 2026.09.26 12:30 | 조회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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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근달 뜨는 한가윗날에 부쳐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추석이 다가오면 필자가 강의 중에 해 보는 게 있다. 학부 학생들과는 ‘한가위’의 어원을 추측해 보는 활동을 하고, 대학원 연구자들과는 전공을 살려 한국어 교재에서 추석을 다루는 단원을 찾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곤 한다. 매년 같은 활동을 하지만, 매번 새롭다.

  먼저 학부 수업 이야기. 독자들은 아마 한가위가 ‘가운데’, ‘가웃’ 등 절반을 뜻하는 말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고려가요 ‘동동(動動)’의 8월 노래에는 ‘가배(嘉俳)날’이 나오는데 한가위의 옛말 형태로 여겨지며, 한글 문헌에는 17~18세기에 ‘가외/가위’로 나오다가, 20세기 이후 ‘한-’이 붙으며 ‘한가위’라는 말이 등장한다. 학부생 중에는 ‘한가위’의 ‘가위’가 ‘가운데’와 관련이 있음을 아는 학생도 있으나, 폭소를 터트릴 만한 기발한 얘기도 던진다. 추석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커팅식을 큰 가위를 들고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빈둥빈둥 명절 보내니 ‘한가함이 위(최고)’라는 맹랑한 어원설을 말하기도 한다. 유쾌해서 좋다. 이참에 이것저것 자료도 찾아보고 교수의 설명도 들으며 새롭게 이해하니 재미있어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위’는 오래되었지만 ‘한가위’는 근대 이후의 단어일 수도 있다는 점에 흥미로워한다. 참고로 ‘츄셕(秋夕)’이라는 어휘도 17세기부터 우리말 문헌에 등장한다.

  다음으로 대학원 수업 이야기. 한국어 교재의 추석 관련 단원에는 여태껏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도 하고, 송편을 빚고, 과식을 해서 다이어트를 하고, 귀성길에는 늘 차가 많이 막힌다는 소재가 등장한다. 그러나 유학생, 한국 학생을 망라해서 ‘이제 내 주변에 이 교재처럼 추석을 보내는 한국인은 정말로 드물다’는 결론에 이르고, 그렇다면 앞으로의 교재는 시대적 변화를 고려해서 추석엔 한국인들이 해외여행을 간다고 써야 맞을지 토의한다. 교재는 다루어야 할 소재 중 평균적이고 대표성을 갖는 것을 내용으로 삼기 마련인데, 이제 한국 현대 문화에서 ‘추석 명절’을 교육적 대상으로 표상하고자 한다면 전통 위에 서야 할지 오늘날의 실제 모습을 포착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이제는 풍속도 달라져 어디에서 또 어떤 모습으로 명절을 보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각자의 다양함 속에서도 조금은 덜 외롭길, 그리고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보름달이지만 낭만을 조금 더해 마음속 소원, 올해의 남은 소망도 떠올려 보면 좋겠다.<김남욱, “둥근달 뜨는 한가윗날에 부쳐”, 한국일보, 2026.9.24일자.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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