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과 경제정책 대전환 과제
최근 전문 연구기관들이 반도체 호황을 반영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9월 전망치를 3.7%로 이전의 전망에서 1.1%p 상향 조정했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은 3.2%로 이전보다 0.6%p 높은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서민들에게 경제성장은 딴 세상 이야기다. 정부의 돈풀기 정책으로 국민 대다수는 집값 상승과 고물가·고금리로 고통을 겪고 있다. 마중물은 물가만 올리는 구정물이 됐고, 경제의 선순환 구조는 사라지고 양극화만 심해진다. 지난해 6월 총통화증가율이 전년 동월 대비 4.3%로 높아지더니, 9월 5.5%까지 오르면서 돈풀기가 가속화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으나, 물가상승률은 8월 3.1%로 중기 목표치를 50% 이상 초과했다.
지난 8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 3.70%에서 7.86% 수준이다. 신용대출 금리는 5%에서 19.46%까지 형성돼 있다. 회사채(3년물 BBB-) 금리는 10.292%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물가 상승으로 금리는 계속 올라간다.
이번 반도체 호황은 한국 경제 최대의 사건이다. 올해 1∼8월 반도체 관련 수출액은 2800억 달러나 된다. 전 세계 원유 수출의 14.5%를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024년 1년간 수출한 원유 금액은 1869억 달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사우디보다 더 큰 ‘유전’을 발견한 셈이다. 그 유전이 1년 뒤에 신기루처럼 사라질지 모르는 만큼 재정을 흥청망청 써서는 안 된다.
국내 공급 역량과 괴리된 해외 자금 유입은 재앙을 만든다. 해외에서 송금받은 금액의 비중이 큰 국가 대다수는 물가 상승과 환율 고평가로 국내 산업은 무너지고 국민은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는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다.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정유회사를 국유화해 국민에게 배당금을 주는 정책을 쓰는 바람에 물가만 오르고 경기침체를 경험해야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분기 기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전분기에 비해 3.9%의 높은 성장을 했지만, 비ICT 산업은 0.3% 성장에 그쳤다. 농림어업은 -7.2%로 역성장하고, 건설업도 -1.9%로 역성장하고 있다. 지난 8월의 취업자 수는 18만4000명 늘었으나, 정부 재정 의존도가 큰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취업자만 18만6000명이 증가했다. 제조업과 숙박음식업, 그리고 농·임·어업의 취업자 수는 줄어들었다. 8월 소상공인 체감 경기실사지수도 60.6으로 소상공인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호황을 경기 활성화의 기폭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급망 생태계 강화로의 정책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반도체 수출 증가로 인한 통화 증가를 관리하기 위해 반도체산업의 해외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둘째, 금리를 낮추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증가한 세수는 다른 데 쓰지 말고 국가채무를 갚는 데 써야 한다. 금리 안정은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이자 부담 경감에 필수다. 셋째, 수요보다 공급에 방점을 두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넷째, 건설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주택 공급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 때 돈풀기 정책은 물가와 금리 상승만 자극한다. 지금은 수요관리와 공급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양준모, "반도체 호황과 경제정책 대전환 과제", 문화일보, 2026.9.30일자.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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