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100주년, '속뜻 교육'으로 아이들 문해력 높이자
올해는 훈민정음 반포 580돌,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해다. 한글과 한자를 두고 소모적 다툼을 벌인 지도 근 100년 가까이 됐다.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헛도는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해답을 찾아내야 할 때가 됐다.
그동안 소리글 중심의 단편적 교육은 겉보기엔 편리했을지 몰라도, 뜻을 속속들이 알지 못해 어휘력 빈곤과 문해력 붕괴를 낳았다. 나아가 PISA(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이 추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겉으로 드러난 소리만으로는 글의 참된 의미를 소화하지 못하는 ‘문해력 위기’가 학교 교육 현장을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글자를 읽을 줄 알아도 낱말의 속뜻을 몰라 알쏭달쏭 머리만 더 아파하는 학생들’은 숱하게 많다.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학생들의 문해력은 가히 충격적이다. ‘사흘’을 ‘4일’로 오해하고, ‘공중 화장실이 왜 땅에 있느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어보는’ 아이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앞이 캄캄했다. 단순히 독서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낱말을 구성하는 형태소를 분석하고 그 속뜻을 꿰뚫어 보는 능력, 즉 ‘속뜻 인지 능력(HQ·Hint Quotient)’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소리만 가르치고 뜻을 돌보지 않은 교육이 낳은 비극이다.
이제는 소모적인 대립의 껍질을 벗어던지고, 낱말의 ‘음’과 ‘뜻’이 조화를 이루는 본질적인 교육으로 눈을 돌려야 마땅하다. 580년 전 세종대왕은 ‘어리석은 백성이 이르고자 할 바가 있어도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함’을 긍휼히 여기는 애민정신으로 ‘훈민정음’을 반포하셨다. 백성의 아픔을 헤아렸던 임금의 마음은, 오늘날 속뜻을 몰라 헤매는 우리 학생들의 현실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러한 시대적 갈증 속에서 우리에겐 ‘음을 바르게 적게 하는 훈민정음’이 있고, ‘뜻을 바르게 알게 하는 속뜻사전’이 있다. 이런 두 가지 축을 함께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면 문해력이 저하된 우리 학생들을 도와줄 확실한 처방전이 될 것이다. ‘훈민정음’이 누구나 막힘 없이 읽고 쓰는 기초 체력을 다져준다면, 속뜻을 풀이해 주는 ‘속뜻사전’은 소리만으로는 알 수 없는 낱말의 의미를 밝혀줘 문해력을 끌어올리고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해준다.
이런 속뜻 교육의 뿌리 역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궤를 같이한다. 올바로 적을 줄 몰라 마음을 전하지 못하던 옛 백성들을 향한 임금의 걱정과, 낱말의 속뜻을 몰라 생각의 날개를 펼치지 못하는 오늘날의 학생들을 아끼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백성을 사랑했던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 소모적인 대립과 겉돌기식 논쟁에서 벗어나, 임금의 숭고한 마음으로 우리의 후진을 양성해야 할 때가 됐다. 음과 뜻이 조화를 이루는 속뜻 교육으로 우리 학생들이 머릿속에 지혜와 지식을 쌓게 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참된 지식인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런 방향의 교육을 세종대왕이 진심으로 원하셨을 것이다. 우리 사회를 짓눌렀던 무익한 ‘한글 대 한자 백년 전쟁’을 마무리하자. 애민정신을 담은 속뜻 교육으로 우리 꿈나무들을 생각이 깊은 인재로 키워 나가자.<전광진, “한글날 100주년, '속뜻 교육'으로 아이들 문해력 높이자”, 조선일보, 2026.10.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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