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한국病 씨앗 곳곳에 뿌리는 방만 재정
최근 한국은행이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을 경고하고 나섰다.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우리 경제는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이재명 정부는 잘못된 예산안을 짜서 이 기회를 재앙으로 만들 준비를 하는 듯하다. 한국은행은 이를 경고한 것이다.
올해 1∼9월 반도체 수출 누적액은 3403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수출액보다 1669억 달러 더 많다. 반도체 수출액의 연간 전망액은 5000억 달러라고 한다. 참고로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제품 수출액은 2137억 달러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은 과거 심한 병을 겪은 네덜란드와 유사하다. 네덜란드병(the Dutch Disease)은 네덜란드가 1959년 흐로닝언 지역의 천연가스전을 발견하고도 방만한 재정 지출과 거시경제 관리 실패로 경제를 망가뜨린 사례를 말한다. 우리 정부는 네덜란드병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경고에도 기본적 조치조차 하지 않는다. 예산안에는 네덜란드병 예방 정책이 전혀 안 보인다. 최근 수년간 반도체산업의 경기 상승세는 1년 안에 하락으로 반전했다. 불확실성을 무시한 예산안은 네덜란드병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만들 것이다.
네덜란드병의 증상은 양극화와 비교역재의 물가 상승과 경쟁력 하락이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을 악화시켜 네덜란드병을 만드는 것은 재정 수입 증가에 따라 정부가 추진한 선심성 이전지출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도체 외의 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환율 하락 등으로 수출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 비교역재의 가격 상승과 금리도 문제다. 예산안에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물가 등 거시경제 환경을 관리하는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네덜란드병을 만드는, 효과 없는 이전지출과 방만한 재정지출 정책만 보일 뿐이다. 네덜란드병은 계속해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가스전이 발견됐음에도 발생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반도체 경기변동으로 외환 공급이 갑자기 사라져 더 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현 정부는 추세적 국세 증가율 5.6%를 기준으로 장기적 균형을 맞추면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예산안을 마련했어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했다. 결국, 현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 주식시장의 폭등과 폭락을 발생시켰다면, 이번 예산안은 네덜란드병보다 더 심각한 복합 위기를 초래하는 한국병을 만들 우려가 커 보인다.
정부는 호남팹으로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에너지 비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데 예산을 쓰고 있다.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발생한 추가 비용은 지난해에만 변동비 보전 등 3조7000억 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지원금 4조5000억 원 등 천문학적이다. 정부는 재정승수가 0.2에 불과한 선심성 이전지출을 늘리고, 경직적 의무지출을 10.1% 늘림으로써 재정지출 증가를 고착시켰다. 호남지역 통합시 재정 인센티브 예산지출 20조 원이 과연 지역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부는 세수 초과로 미래대응기금 계정을 만든다면서 국가채무는 106조 원을 늘리고 국가채무로 인해 42조8000억 원의 이자를 지급한다. 정부는 이 부조리를 국민이 믿으라고 강요한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한국병이 네덜란드병을 대체하게 되지 않을지 두렵다.<양준모, “한국病 씨앗 곳곳에 뿌리는 방만 재정”, 문화일보, 2026.10.27일자.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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